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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사항 구현 시의 행동 요령

굳이 그 유명한 나무 아래 그물침대 이미지를 붙여두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요구하는 것을 만드는 경우에는 언제나 각자 그리고 있는 것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한다고 한다면
삽질을 하다보면 뭔가 요구서에서 있었어야 하는데 빠진 것이 보이는 경우도 있곤 하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일단 베스트 선택지 세개를 준비해보았습니다.

1. 덮어두고 간다
2. 맘대로 만든다.
3. 요구명세서 작성자한테 쫓아간다.

1. 덮어두고 간다

다른 작업을 하다가도 자꾸 떠올라서 이거 해야 되는거 아닐까, 어쩌지 어쩌지 하는 뇌내 천사소녀와 악마소녀의 다툼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만, 그래도 짜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_^?
(게다가 뇌내망상이라지만 귀여운 소녀가 둘이나 등장하니 기분도 좋고-_-)
언니야 : 어라라? 왜 이거 안되나요?
멋진나 : HA.HA.HA. 님이 준 문서에 그 내용 없었다능 ^ㅁ^
언니야 : 이런건 말 안해도 당연히 넣어야 하는 기능 아닌가요?
멋진나 : 어, 어어? 그동안 잘 테스트하고 아무 얘기도 없었잖아요...
언니야 : 으아아아앙, 이거 없으면 안된단 말예요 넣어주셈넣어주셈넣어주셈 으아아아앙ㅠㅠ
멋진나 : ... ㅠㅠ...
라는 대화 전개가 처음 넘겨줄 때는 전혀 나오지 않다가 납품 이틀 전에 나올 가능성이 .. .. .. -_-
뭐, 이틀 전에 나왔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ㅁ^) 당일 얘기 나오면 답이 없잖아요?


2. 맘대로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기획자를 꿈꿔왔던 나, 나의 기획자로서의 적성은 과연?
을 평가받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그렇게 맘대로 구현한 결과물을 모두가 납득하면?
기획자가 쓴 요구명세서가 워낙 잘 쓰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 하난 제대로 뽑았다니깐? 사장님도 흡족해하십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와버렸다면?
언니야 : 시킨 짓이나 잘 할 것이지 쓸데 없는 짓으로 아까운 시간 낭비한 니가 머저리입니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만든 소스 다 날리는, 그야말로 제살을 도려내는듯한 슬픔 크리가 작렬합니다.
기획자가 다시 보충한 명세서대로 다시 짜야 하는 분노 크리도 작렬합니다.
물론 이 명세서에는 작성자가 나중에 떠올린 플러스 알파의 요구사항이 가미됩니다.
안 시킨 짓 한건 크나큰 죄입니다. 가중처벌 크리도 대작렬합니다.


3. 요구명세서 작성자한테 쫓아간다

이제야 올바른 선택지를 고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쫓아가는 것이 답이었네요 ^_^
멋진나 : ~가 빠진 것 같은데 ~ 안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언니야 : 으음... 네, 뭐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멋진나 : 아하 그렇구나 안 만들어도 된다 신난다~
언니야 : 멋진나 님의 멋진 프로그램, 기대할게요♡
멋진나 : HA. HA. HA. 맡겨만 주시라구요~
언니야 : 그럼 수고하세요~

이렇게 멋진나는 멋지게 언니야에게 이 기능이 과연 필요한가, 에 대한 확답을 받았습니다.
확답을 받았습니다. 확답을 받았습니다. 확답을 받았을 텐데...
지금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죠?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_-
아마도 며칠 뒤 그녀는 "으아앙 필요해요 필요해요 필요해요" 하고 쫓아올 것입니다.
물론 납품 하루 전에 발견하고서 이야기하겠지요.

이 상황에서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항변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그녀는 십중팔구 '제가 언제 그랬는데요, 증거를 대세요', 라는 두툼한 오리발내밀기 스킬을 시전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지금 책임 소재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우리 함께 어서 이 문제를 헤쳐나가봐요'라고 말하며
일단 문제는 터졌지만 당신을 도와 이 시련을 극복해내겠다는 난데 없는 동료감 또한 보여줄 것입니다.
물론 문제 극복은 당신혼자 합니다.


4. 요구명세서 작성자한테 쫓아간다 ii

하우우, 그나마 구원의 길이었다고 생각했던 3번째 선택지 역시 죽음의 길이었어요, 하우우.
하지만 죽음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더욱더 강해지지. 걱정 마-_-
멋진나 : ~가 빠진 것 같은데 ~ 안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언니야 : 으음... 네, 뭐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멋진나 : 아하 그렇구나 안 만들어도 된다 신난다~
언니야 : 멋진나 님의 멋진 프로그램, 기대할게요♡
멋진나 : HA. HA. HA. 맡겨만 주시라구요~
언니야 : 그럼 수고하세요~

그 이야기와 함께 자리를 뜨는 언니야. 뭐, 뭐지 이 느낌은?
아...안돼, 이대로 언니야를 보내게 되면 어쩐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언니야를, 언니야를 지금 붙잡지 않으면!!
멋진나 : 아직 하지 못한게 남아 있어요!!
언니야 : ㅇㅅㅇㅅㅇ? 뭐... 뭔데요?
멋진나 : 아직, 문서를 문서를 남기지 않았다구요!!

언니야 양의 엔드리스 오리발을 막을 수 있는 처절한 몸부림, 문서 내놔 스킬을 시전하는 멋진나.
언니야는 경악합니다.
언니야 : 그, 그런건 남기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문서를 남겨야 하나요?!
멋진나 : 아뇨,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반 드 시.

세번이나 철야의 고통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경험을 해서인지,
이번에야 말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멋진나 군의 온 몸을 강렬하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눈동자를 번뜩이며 단언하는 그의 어조에 언니야도 몸을 수그려 뜨립니다. 살짝 겁을 먹었는지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습니다.
언니야 : 아... 알았어요. 남기면 되잖아요.

작업용 위키를 열어 "[x월 x일 멋진나x언니야 회의] : xxx는 구현하지 않기로 함." 이라고 기록을 남깁니다.
이번에야 말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살아남을 수 있다구요!
는 천만에.
와타나가시의 밤에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당신에게 전화를 걸겁니다.
"으아앙 필요하게 됐어요, 흑 ㅇㅇ가... ㅇㅇ가 왜 그게 안 들어갔냐고... 흑... 당장 넣으라고... 흑..."
이 상황에서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항변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그와 함께 '지금 책임 소재를 따질 때가 아닙니다. 어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해요'라고 말하며
일단 문제는 터졌지만 당신을 도와 이 시련을 극복해내겠다는 난데 없는 동료감 또한 보여줄 것입니다.
물론 문제는 당신이 해결해야 합니다.
위의 엔딩 복붙편집했다는 느낌이 드신다면, 복붙한 거 맞습니다.
님 눈치 좋으시네요. 님의 눈치가 부럽습니다.


5. 추가될 것을 예상하고 여지는 남겨둔다

하우우 기록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하우우.
옛말에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잖아? ... 아무리 생각해봐도 옛말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프로그래머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으로서
확장될 여지를 늘 고려해두고 설계와 코딩을 진행하라, 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일전에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발주 전날 갑작스레 그 이야기를 듣게 됐다면
발주 전날에 삽질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마음 가짐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언니야가 "그거 필요 없어요~♡"라고 이야기해준다 하더라도 절대 안심하지 않고
"네가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곧 그 기능이 필요하게 될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 후훗 두고봅시다."
식의 간지대사를 날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 정신감정 받고서 자칫하면 해고당할 수 있으니 주의-_-)

그리고 작업을 할 때 미리 그 기능이 추가될 경우에 어떻게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코딩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축제의 그 날 밤이 돌아오면 울먹이는 그녀에게 싱긋 상큼한 미소를 짓고서
이미 예상했던 죽음의 전장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와~~!!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물론 죽는 것은 변함 없지만요. ^ㅁ^


5. 그리고...

지금 이 편지를 읽고 계실 즈음에는 저는 아마도 이 세상에 업겠지여.
부디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의 진상을...
- 멋진남 올림.

프로그래밍 담당자가 기획자에게 언제나 완벽한 명세서 내놓으라고는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요구서가 나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현실적으로 인정은 하고 넘어가야겠지요.
그렇게 따지면 프로그래머 역시 완벽한 프로그램 처음부터 내놔줘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불가능하잖아요?
...라고 따지면 완벽한 명세서가 완벽한 프로그램 만들기보다는 난이도가 낮기는 하겠네.
...라고 얘기했더니 저 기획자 아가씨, 전체개발기간내내 명세서만 만들 기세입니다.


★ 좌담회
멋진나 : 물론 이 사건의 진짜 진상은 얼굴만 이쁘고 할 줄 아는 거 없는, ... 언니야 씨랑 발주처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_-
언니야 : 아아잉, 너무해요. 으음 만약 "어라 빠졌네, 명세서 내용 보충해 드릴게요."라는 전개였다면 이렇게 일이 심하게 틀어지지는 않았겠죠?
멋진나 : 그런데, 또 무작정 그렇게 되는 것도 곤란해요. 일전에 기껏 추가돼서 힘들게 구현해놨더니 필요 없다고 빼달라고 한 적도 있었잖아요?
언니야 : 아, 그건 그랬어요. 그거 다 만들고서 버그 잡는 것도 한참 걸렸었는데. 그걸 걷어낸다고 하니까 대통곡을 하셨었지요?
멋진나 : 그런건 부디 잊어주세요.
언니야 : 멋진나 씨 그런 모습 처음이어서 절대 잊을 수 없었어요. 사진도 찍어놨는걸?
멋진나 : ...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을 더 중요한 기능들을 작업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는데, 힘들게 만든 기능을 없애는 건 정말 참담하다니까요.
언니야 : 그래요, 제가 멋진나 씨를 여러모로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멋진나 : 잘 아시는군요? ... 그, 그럼 사과하는 의미에서 이번 주말 데이트 어때요?
언니야 : 아... 데... 데이트라구요? 그런 걸로 데이트 신청이라니 치사해요. 생각해볼게요... 으음, 아, 아니. 좋아요. 이제야 얘기하는 거지만 실은 저, 멋진나 씨 예전부터 좋아했는걸요.
멋진나 : 정말요?
아시발쿰.

by nvu | 2009/09/21 23:53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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